사람은 시간 순으로 서서히 노화되지 않고, 특정 연령대에서 가속적으로 노화됨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노화가 갑자기 빨라지는 분기점에 대해, 평균 44세와 60세에 신체의 분자와 미생물들이 극적으로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했다. 108명을 7년간 관찰했더니 ‘예전 같지 않은 몸’이 눈에 띄게 현실화되는 나이가 바로 이때라는 것이다.
https://med.stanford.edu/news/all-news/2024/08/massive-biomolecular-shifts-occur-in-our-40s-and-60s--stanford-m.html
연구진은 질병의 발병 위험이 세월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은 60세 미만까지는 조금씩 증가하다가 노년기에 급격히 증가한다.
연구진은 25세부터 75세 사이의 참가자 108명을 대상으로 리보핵산(RNA)과 단백질, 대사산물 같은 수천 가지 생체 분자와 인체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등 미생물군을 비교했다. 종류만 총 13만 5,000개 이상으로 개별적인 정보 단위는 2,500억개에 달한다.
분석 결과, 분자나 미생물의 약 81%가 비선형적인 변동을 보였다. 특히 평균 44세, 60세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40대의 경우 알코올, 카페인, 지질 대사, 심혈관 질환, 피부, 근육과 관련된 분자 수가 크게 변했다.
60대는 탄수화물과 카페인 대사, 면역 조절, 신장 기능, 심혈관 질환, 피부, 근육과 관련된 변화가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과 관련된 분자 수는 40대와 60대 때 큰 변화를 보였고, 면역 기능과 관련된 분자들은 60대 초반에 변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샤오타오 센 싱가포르 난양공대 의대 교수는 “60대 초반에는 질병 위험이 증가해 신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40대 중반의 변화는 놀라운 일”이라고 밝히면서 “처음에는 폐경기나 폐경 전 단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추측했지만, 40대 중반의 남성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폐경은 중요한 변화 요인이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더 중요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노화가 특히 빠른 건 몸속 단백질 변화 같은 생물학적 원인 못지않게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 변화 중 일부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방식이나 행동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알코올 대사 문제는 스트레스가 많은 40대 중반에 알코올 소비가 늘어나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40대 중반은 직장에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가장 열심히 일하는 시기다. 주로 자영업체 사장님이거나 조직 내 중간관리자로서 책임이 무거운 것이 이때다. 아래로는 자녀 교육, 위로는 노부모 건강 등 가족사에 신경 쓸 일도 많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그 자체도 해롭지만,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담배 등 건강에 해로운 방법에 의존하기 쉽다.
신체는 40대부터는 알코올과 카페인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대사 능력이 감소하는데, 섭취량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나면 그 사람은 폭삭 늙을 수밖에 없다.
▷60세 가속 노화의 원인은 40대와 정반대다. 은퇴나 정년퇴직 등으로 몸의 긴장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갑자기 느슨해지는 게 문제다. 적당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있을 땐 잠을 잘 자다가, 일을 안 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사람 만날 일이 줄면 거울을 덜 보게 되고 자연히 피부 등 외모 관리에 소홀해진다. ‘퇴직한 지인을 오랜만에 봤는데 1, 2년 새 부쩍 늙은 것 같다’는 반응을 흔히 접하는 것도 그래서다.
60대부터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는 데에는 일상이 불규칙하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신체 저항력이 낮아진 탓도 있다.
▷요즘은 ‘젊은 노화’도 흔하다. 노화의 4대 주범이 운동 부족, 기름진 식단, 술, 담배라고 하는데, 일과 일상에 지친 젊은 세대들에겐 운동보다는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가 더 달콤하다. 균형 잡힌 식단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다 보니 배달 음식이란 손쉬운 대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30대 중반부터는 당뇨.고혈압을 유발하는 체내 단백질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거기에 안 좋은 습관까지 겹친 탓인지 요즘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50%가 넘는다.
"인생 100세 시대"인 요즘, 60세 생일을 기념하는 환갑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60세는 여전히 삶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기존의 환갑이 지금껏 살아 있는 걸 축하한다는 의미였다면, 지금의 환갑은 ‘유병장수’ 시대에 대비해 건강이 가속 노화하지 않도록 상기하는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
가속 노화가 찾아올 수도 있는 44세나 환갑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면, 아직 건강할 때 겸손한 마음으로 나를 돌보자는 다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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