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법정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최근 3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어나면서, 서울을 비롯해 인천, 파주 등 수도권에서 말라리아 경보가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6월 18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고, 서울에서는 최근 양천구에서 말라리아 환자 2명이 발생하자, 지난 7월 9일 말라리아 경보를 사상 최초로 발령했다. 경기 북부나 인천, 강원 지역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주로 발생했던 이전과 달리 올해부턴 서울도 처음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또한 질병관리청은 전국 말라리아 환자가 2020년 385명에서 지난해 747명이 돼 94%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서울은 57명에서 94명으로, 경기는 227명에서 434명으로 늘었다. 인천도 환자 수가 3년 만에 48명에서 작년 126명까지 늘어났다. 강화군엔 지난 17일 올해 첫 말라리아 경보가 발효됐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하는 ‘2024년 말라리아 주간소식지(7월7∼13일)’에 따르면, 올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 13일 기준 총 292명이다. 이 중 주소지 기준 서울은 44명(16.5%)으로 경기 144명(53.9%), 인천 49명(18.4%)에 이어 세번째로 환자가 많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서울 11개 구를 말라리아 ‘잠재적 위험지역’에 포함했는데 올해는 13개 구를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건 처음이다.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올해에 특히 고온 다습하고 폭우가 이어지는 날씨로 인해 말라리아 모기의 밀도가 평년보다 3배 수준으로 늘어, 이 병을 옮기는 모기 유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말라리아주의보 또한 지난해 대비 1주 이르게 발령됐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모기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자체 체온이 없어,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이 상승해 성장 속도가 빨라져서 일찍 성충이 된다”며 “최근 기온이 많이 올라 요즘은 5월부터 말라리아 모기가 활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는 검은색의 중형 모기로, 촉수가 주둥이만큼 긴 것과 비행할 땐 ‘윙’ 소리 없이 조용히 다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모기(빨간집모기)와 다르게 최장 12㎞까지 비행할 수 있다. 보통 ‘말라리아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북한에서 모기가 남하, 접경 지역 주민·군인들에게 옮기는 것이 기존의 전염 패턴이었다.
그런데 온난화로 말라리아 모기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력도 더 커졌고, 전염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로 북한에서 말라리아 모기 알·유충이 유입되는 경우도 잦아졌다.
국내 말라리아 대부분은 ‘삼일열 말라리아’다. 모기가 사람을 물면 모기의 타액에 모여있던 포자소체(삼일열 원충의 새끼)가 혈관을 타고 간으로 침투한다. 간에서 포자소체가 원충으로 자라나고, 적혈구 세포를 파괴하면 증상이 나타난다. 말라리아는 공기감염이나 감염자와의 일상적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잠복기는 짧으면 2주, 길면 6~12개월이다. 치사율은 0.1% 미만으로 낮다. 일단 감염되면 초기에는 피로감과 미열이 지속되다가, 48시간 주기로 오한과 39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고, 두통과 발한 등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원인 모를 고열이 지속되면 병원을 방문해 혈액을 채취, 말라리아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한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클로로퀸 등 치료제를 복용하면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말라리아 매개 모기는 일반 모기보다 바깥 활동을 좋아하고, 주요 활동 시간은 늦은 밤과 새벽이다. 따라서 야간활동을 자제하고, 긴 옷을 착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북한 내 위생·방역 수준은 매우 심각한데, 2022년 북한 내 말라리아 발병 건수는 2,357건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 주민 약 2,500만명 중 1,000만명을 말라리아 위험군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과거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북한에 말라리아 방역을 위해 약품·모기장 등 물품을 보내곤 했다. 2007년 2,227명이었던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숫자는 2013년 445명까지 줄었다. 남북 말라리아 공동 방역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남북 관계 경색으로 2012년 경기도의 지원을 마지막으로 사업 중단 이후 말라리아 발병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점차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진행될수록 말라리아 등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말라리아 등 전염병의 대응은 남북 관계가 국민 보건과도 직결됨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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