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흔드는 비트코인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 바이든이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달러를 강조하며 비트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면,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미국달러의 강세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조하며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자본의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약 100일 앞두고, 트럼프는 가상화폐 업계를 향한 노골적 구애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7월 27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자신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물”로 규정하여 비축할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고,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비축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 충고했다.

미국 정부는 범죄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21만 개를 보유 중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최대 2,100만 개의 약 1%에 해당한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super power)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선언하고, 자신이 집권하면 가상화폐에 비우호적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오를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런 기대 덕분에 가상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탔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서, 트럼프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이 연방정부가 5년 내 비트코인 100만 개를 비축하도록 하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신시아 루이스 미국 상원의원

제3당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미국 정부가 이미 압수한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약 400만 개의 비트코인을 모아 연방준비금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비트코인 보유개수가 400만 개에 달할 때까지 정부가 매일 550개의 비트코인을 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기축통화, 유가증권, 금,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IMF 회원국의 출자금 일부) 등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면 비트코인의 위상은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격상된다. 


현재 미국 상원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준비자산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가상화폐 규제를 추진해왔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쓰는 전기에 30%의 소비세를 물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은 정부의 강제와 통제로부터의 자유·주권·독립을 뜻한다”라며 “가상화폐와 비트코인에 대한 현 행정부의 탄압은 미국에 매우 해롭다”라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달리 이날 가상화폐 콘퍼런스에 불참했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가상화폐에 비판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나 가상화폐 업계의 트럼프 지지세를 뒤집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해리스 캠프의 외부 고문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업계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현명한 규제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건설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대화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화폐 업체 간부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들을 의지’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화 자리를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비트코인 거래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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