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제2 티메프’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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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한국 금융시장 요약

경보! ‘제2 티메프’는 이곳!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가 대규모 마케팅을 앞세워 매출 경쟁을 해왔다.”“상장만 하면 적자를 바로 메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몸집 불리기에 치중한 관행이 적자가 당연해진 현재의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올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위메프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는 “계속 기업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라는 회계법인의 '위험을 경고'하는 감사결과가 담겼다. 작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은 티몬의 경우 2022년 감사보고서에 똑같은 문구가 담겼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이 문구가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의 작년 감사보고서에서도 발견된다. 티몬·위메프와 똑같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재무제표 감사에서 ‘상당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10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4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을 이미 다 소진한 채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는 만큼 티몬·위메프와 같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 재발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

Top10 이커머스 플랫폼의 재무상태 비교
Top10 이커머스 플랫폼의 재무상태 비교


시장점유율 1∼10위의 이커머스 플랫폼 중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쿠팡, 11번가, 지마켓, 쓱닷컴과 각 전문 분야 1∼2위 플랫폼인 무신사, 에이블리(이상 패션), 컬리, 정육각(이상 식료품), 발란(명품), 오늘의집(인테리어)을 대상으로 작년 재무상태를 분석했다.

이 중 에이블리, 정육각, 발란, 오늘의집 등 4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명품 직구 플랫폼 1위 발란의 최근 3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였다. 3년간 사업을 하면서 손해만 봤다는 의미다. 발란이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은 2022년 84억3,943만 원에서 지난해 107억1,368만 원으로 늘었다. 

다만, 발란 측은 “작년 4분기(10∼12월)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흑자를 냈고”, “10월에는 알리바바 등 여러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신선 축·수산 거래 플랫폼인 정육각은 여유 자금이 부족한 기업으로 꼽혔다. 정육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년 전보다 97% 감소한 6,614만 원이었다. 정육각이 2022년 4월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초록마을은 지난해 8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육각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을 다시 인정받아, 올해 3월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앱 이용자 수 2위 에이블리는 최근 5년간(2019∼2023년) 줄곧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금까지 누적 2,2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하반기에도 추가 투자유치가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인테리어·가구 앱 1위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의 자본잠식 규모는 지난해 기준 -7,989억 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버킷플레이스의 경우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기는 하지만 당장 유동성 위험이 높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3,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 추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받아 ‘결손금’이 실제보다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여유자금도 3,000억 원이 넘는다.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1년 내로 갚아야 하는 돈은 1,675억 원이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둘러 추가 투자를 유치하거나,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 누적된 손해(결손금)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내수 침체로 인해 이익을 내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구매 고객'과 '상품.서비스 판매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인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경우 특성상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쓰더라도 이용자나 거래액을 빠르게 늘려야 하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나빠도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추후의 위험 부담은 더 크다.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어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추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추이


티몬·위메프처럼 작은 균열이 생긴 뒤 이용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현금 흐름이 순식간에 막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과거 이머커스 산업 생태계의 성장 공식을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 업체를 선택할 때 '재무 안전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커머스 업체들은 장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재무 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