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날 "볶음밥 증후군"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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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더워지는 날 "볶음밥 증후군" 주의


늘 먹던 것처럼 밥과 반찬 위주의 집밥을 먹었을 뿐인데, 설사나 구토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특히 더워지는 요즘 "볶음밥 증후군(Fried rice syndrome)"에 주의해야 한다.

요즘 낮에는 한여름처럼 덥다가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날들이 많다보니, 먹고 남은(leftover) 음식을 무심코 실온(at room temperature)에 그대로 놔두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밥이나 파스타 같은 곡물 음식을 상온에서 오랜 시간 방치한 후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의 경우 최악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른바 ‘볶음밥 증후군’으로 알려진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균은 밥 이외에도 파스타나 삶은 감자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에서 잘 번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김밥에서 종종 검출된다. ‘볶음밥 증후군’이라는 이름도 볶음밥 재료인 '찬밥'이 바실러스 세레우스 증식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볶음밥 증후군’은 틱톡에 틱토커 ‘jpall20’가 2008년 벨기에 브뤼셀에 거주하던 한 20대 대학생이 파스타를 먹은 뒤 갑작스럽게 사망한 볶음밥 증후군 관련 영상을 업로드한데서 유래되었다.

이 대학생은 파스타를 삶은 뒤 실온에 5일간 보관했다가 다시 조리해 먹었는데, 파스타를 먹은 후 메스꺼움, 복통, 두통, 설사, 구토를 겪다가 끝내 10시간 만에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의 시신 부검 결과, 그 사인은 간세포 괴사에 의한 급성간부전이었다. 이 사건은 국제 과학 저널 '임상미생물학'에 '볶음밥 증후군' 사례로 보고되었다.

오래 방치된 파스타가 세레우스균을 부른다
오래 방치된 파스타가 세레우스균을 부른다


this is how to avoid 'fried rice syndrome'
Leaving rice at room temperature for over 2 hours could be deadly, doctors say
A TikTok video caused panic after story of 20-year-old who died resurfaced
https://www.dailymail.co.uk/health/article-12692779/Im-microbiologist-avoid-fried-rice-syndrome.html


현미경으로 촬영된 바실러스 세레우스 균
현미경으로 촬영된 바실러스 세레우스 균


세레우스균은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되고 있으며, 어디에서든 쉽게 발견되는 독소형 식중독균이다. 

이 균의 특징은 고온에 가열해도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즉, 이번 사례처럼 가열했더라도 남은 음식을 실온에 오래 놔둔다면, 이 곡물 요리를 다시 조리해 먹는다고 해도 독소 중독을 피하기는 힘들다. 세레우스균은 가열하거나 동결, 건조 시 죽지 않고 저항성이 강한 포자를 생성하기 때문에 강한 내열성을 지니며, 건조된 식품에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쌀, 밀가루 등 탄수화물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한번 가열한 후에도 장기간 방치하면 위험할 수 있다. 파스타와 쌀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조리된 고기와 야채도 세레우스균에 감염될 수 있다. 

이 질환은 세레우스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에 따라 설사형과 구토형 증상을 유발한다. 

구토형 독소(emetic toxin)는 음식 자체에 퍼져 구토를 유발하며, 설사형 독소(enterotoxin)는 음식을 섭취한 후 경련, 설사 등을 유발한다. 세레우스 식중독은 구토형 독소가 일반적인데, 구토형은 쌀, 파스타 등 주로 곡물 베이스의 탄수화물 식품이 원인이며, 설사형은 향신료를 사용한 식품이나 육류 및 채소의 수프, 조리한 식육 및 소시지의 육가공품 등이 원인이다.

세레우스균은 자연환경에 항상 존재하는 세균이라 대부분 원료가 오염돼 있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가열조리 해도 사멸되지 않고 적당한 보관조건이 마련되면 포자가 다시 발아해 독소를 생성한다. 

미국 워싱턴대 공중보건대학의 에밀리 호비스 교수는 “세레우스균은 초기 조리 과정에서 포자로 살아남으며, 밥을 실온에 방치하면 독소를 생성하게 된다”면서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만들어내는 포자는 135℃ 이상의 고온에서 4시간 이상 가열해도 죽지 않는 강한 내열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뿜어낸 독소가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6~12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위험해 질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조식품에서도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예방하려면 식품 가공 및 조리환경의 위생관리를 철저히 지켜 2차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리된 음식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남은 음식을 장기간 실온 방치하지 않는 보관시간의 철저한 관리다.



우리나라 식중독 원인균별 발생 환자 수는 노로바이러스,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엔 세균성 식중독 발생이 높고,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바이러스성 식중독 발생한다. 식중독은 생선회, 굴 등 어패류, 육류, 계란 등 난류, 김치 등 채소류, 김밥 등 복합조리식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는 6월 초여름에 생선회를 즐겨먹지 않는다. 식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계절에 조심해야 할 식재료라고 알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는 탄수화물에 발생하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까지 조심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란다.